나도 딱 그맘때 그랬던 것 같아. 매일 아침 대시보드를 열고, ROAS와 CAC를 확인하는 그 행위 자체가 숨이 턱 막히는 순간 말이야. 1년 반 정도 일하니까 업무는 손에 익었는데, 매일 똑같은 세팅과 최적화의 굴레 속에서 내가 마케터인지, 숫자를 입력하는 기계인지 극심한 회의감이 밀려오더라고.
매일 반복되는 대시보드와 번아웃의 시작
마케터로 일한 지 18개월쯤 되었을 때, 나에게 가장 큰 고비가 찾아왔어. 처음에는 매체 컨트롤러를 만지고 광고 효율이 오르는 게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거든.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하루 단위로 일희일비하는 내 모습이 너무 지치더라고. "이 캠페인 효율 떨어지면 내 책임인가?" 하는 압박감과 불안함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어. 대시보드의 숫자가 내 가치를 증명하는 유일한 잣대처럼 느껴졌던 시절이었지. 매일 반복되는 매체 세팅 속에서 내가 성장하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았어.
획득(Acquisition)에서 유지(Retention)로 시선을 돌리다
그때 마침 시니어 선배가 나에게 툭 던진 한마디가 내 커리어의 터닝 포인트가 되었어. "진영아, 신규 고객 데려오는 것만 마케팅이 아니야. 들어온 고객이 왜 떠나는지, 어떻게 하면 우리 브랜드에 더 오래 머물게 할지 고민해 봤어?" 그전까지는 무조건 클릭률(CTR)과 전환율(CVR)만 봤는데, 그때부터 고객 여정 전체를 보기 시작했지.
- 신규 획득에만 쓰던 예산의 일부를 리텐션 마케팅으로 돌렸어.
- 이메일과 앱 푸시 자동화 시나리오를 직접 설계해 봤지.
- 이탈하는 고객의 신호를 미리 포착해서 다시 불러오는 캠페인을 실행했어. 단순히 광고비를 쓰는 마케터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키우는 마케터로 시야가 넓어지면서, 오랜만에 업무에서 짜릿한 성취감을 다시 느꼈어.
지금 돌아보면 보였던 것들
지금 8년차 마케터가 되어 돌아보니, 그때의 18개월 고비는 내가 '단순 툴러(Tooler)'에서 '전략가'로 성장하기 위한 필수 코스였던 것 같아. 요즘은 AI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탈 신호까지 잡아주는 시대잖아. 단순히 매체 최적화 툴만 다룰 줄 아는 마케터는 살아남기 힘들어졌어. 결국 중요한 건 '왜 이 타겟에게 이 메시지를 던져야 하는가'에 대한 기획력이야. 숫자를 넘어 고객의 마음과 비즈니스의 흐름을 읽으려고 노력했던 그 시기가 나를 지금까지 버티게 해 준 힘이 되었어.
💬 진영의 한마디 18개월 차에 찾아오는 무기력함은 네가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다음 단계로 점프하기 직전의 성장통일 뿐이야. 이제는 단순히 매체 효율만 보는 것을 넘어, 고객의 전체 경험(LTV)을 설계하는 마케터로 시야를 넓혀봐. 지금 당장 효율이 안 나온다고 너무 자책하지 마. 네가 매일 치열하게 고민하며 대시보드를 들여다보는 그 시간들이 쌓여서, 결국 너를 대체 불가능한 마케터로 만들어 줄 테니까. 언제나 뒤에서 든든하게 응원하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