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처음엔 그랬어. PM이라고 해서 들어갔는데, 하는 일은 영락없는 기획자 같고… 옆 팀 기획자는 또 나랑 비슷한 일을 하는 것 같고. '대체 뭐가 다른 거지?' 밤새 고민했던 적이 수없이 많거든. 특히 주니어 때는 이 모호함 때문에 방향을 잃기 십상이었지. 10년 차 PM이 된 지금, 그때의 나를 생각하면 이런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

ux product planning

주니어 시절, 그 모호함 속에서 헤매다

내 첫 회사에서 나는 '서비스 기획자'라는 타이틀로 입사했어. 그런데 팀장님은 나를 '승현 PM'이라고 부르시더라고. 처음엔 그냥 직책을 편하게 부르는 건가 싶었지. 매일 아침 출근하면 Jira 티켓을 열고, 새로운 기능의 상세 화면 플로우를 그리고, 정책을 정의하고, 그걸 개발팀에 전달하는 일이 주된 업무였어. 사용자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UI 컴포넌트 하나하나의 동작 방식을 정하는 데 온 신경을 쏟았지. '어떻게 하면 사용자가 이 기능을 더 쉽고 편하게 쓸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매달렸던 것 같아.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어. 다른 회사 'PM' 공고를 보면 시장 분석, 경쟁사 동향 파악, 제품 로드맵 수립, 비즈니스 목표 달성 같은 이야기가 가득하더라고. '이게 진짜 PM의 역할인데, 나는 왜 이런 고민을 안 하지?' '내가 하는 일은 그냥 화면 그리는 건가?' 하는 생각에 답답하고 불안했어. 내가 맡은 일이 단순히 시키는 대로 상세 스펙을 만드는 것에 불과한 건 아닌지, 내 역할의 한계인가, 아니면 내가 PM으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건가 싶어 밤잠을 설치기도 했거든. 그때는 정말 내 커리어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막막했어.

"왜?"에서 찾은 PM의 본질, "어떻게?"에서 빛나는 기획자의 전문성

그렇게 몇 년을 헤매다가, 내 커리어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순간이 있었어. 한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결제 기능을 도입하는 일이었는데, 나는 평소처럼 결제 플로우를 상세하게 설계하고 있었지. 그때 팀의 시니어 PM 선배가 나에게 툭 던지듯 물었어. "승현아, 이 결제 방식이 우리 서비스의 어떤 문제를 해결해 줄 거라고 생각해? 이걸 도입하면 우리 고객들은 왜 이걸 써야 하고, 우리 회사는 어떤 비즈니스 가치를 얻을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어. 그저 '사용자들이 더 다양한 결제 수단을 원할 것 같아서요...'라는 막연한 대답밖에 떠오르지 않았지. 선배는 이어서 말해주셨어. "기획자는 '어떻게' 잘 만들지 고민하는 사람이고, PM은 '무엇을' 만들고 '왜' 만들어야 하는지 답하는 사람이야. 네가 지금 하는 일은 정말 중요해. '어떻게'를 잘 정의하는 건 제품의 완성도를 결정하니까. 하지만 PM은 그 전에 '무엇을' 만들지, 그리고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그 책임까지 지는 역할이거든." 이 한마디가 내 머리를 띵하게 만들었어. 그제야 내가 혼란스러웠던 이유를 명확하게 알게 된 것 같았지.

  • 기획자 (서비스 기획자, UX 기획자): 주로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에 집중해. 사용자가 서비스를 어떻게 사용할지, 어떤 흐름으로 진행될지 구체적인 사용자 경험(UX)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설계하고, 상세 기능 정의와 정책을 수립하는 데 전문성을 발휘하지. 예를 들어, '로그인 페이지를 어떻게 하면 더 쉽고 직관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어떤 정보를 보여주고, 어떤 버튼을 어디에 배치해야 사용자가 헤매지 않을까?' 같은 고민을 하는 거야.
  • PM (Product Manager): 주로 '무엇을' 만들고 '왜'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해. 시장 분석, 경쟁사 동향 파악, 사용자 니즈 발굴을 통해 제품의 비전, 전략, 로드맵을 수립하고, 궁극적으로 제품의 성공과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책임지는 '미니 CEO' 역할에 가깝다고 보면 돼. 예를 들어, '로그인 기능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 비즈니스 목표(예: 가입률 증대, 이탈률 감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 개선이 시장에서 어떤 경쟁 우위를 가져올까?' 같은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거지.
  • 프로젝트 매니저 (Project Manager): 아, 참고로 'PM'이라는 약자가 '프로젝트 매니저'를 뜻하기도 하는데, 이 역할은 주로 프로젝트의 일정, 자원, 범위, 예산 등을 관리해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는 데 집중하는 역할이야. 제품 자체의 전략보다는 정해진 목표를 기한 내에 달성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지. 내가 지금 이야기하는 PM은 '프로덕트 매니저'에 가깝다고 이해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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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PM의 시야, 결국 중요한 건 '오너십'과 '관점의 확장'

10년 차 PM이 된 지금 돌아보면, 회사마다, 제품마다 역할의 경계는 정말 유동적이라는 걸 절실히 깨달았어. 어떤 스타트업에서는 한 사람이 PM이자 기획자, 심지어 마케터 역할까지 겸하기도 하고, 어떤 대기업에서는 PM과 기획자 역할이 세분화되어 긴밀하게 협력하기도 하니까. 결국 중요한 건 '타이틀'이 아니라 '내가 어떤 오너십을 가지고 일하는가'와 '어떤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보는가'인 것 같아. 주니어 기획자라도 '왜 이 기능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고, 시장과 비즈니스 관점에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면 PM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거야. 반대로 PM이라 불려도 상세 기획 역량이 부족하면 결국 제품의 디테일을 놓치게 되고, 팀원들과의 소통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결국, PM과 기획자는 상호보완적인 관계야. 좋은 PM은 기획자의 디테일과 사용자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를 존중하고, 좋은 기획자는 PM의 큰 그림과 비즈니스 목표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든. 나도 여전히 때로는 상세 기획에 몰두하지만, 그 전에 항상 '이게 우리 제품에 어떤 가치를 줄까? 우리 비전과 전략에 부합할까?'를 먼저 묻게 되더라고. 이게 10년의 경험에서 얻은 가장 큰 차이인 것 같아.

💬 승현의 한마디 PM은 '무엇을, 왜' 만들지에 대한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며 제품의 성공을 책임지는 역할이라면, 기획자는 '어떻게' 그 비전을 구체적인 사용자 경험과 기능으로 구현할지 깊이 고민하는 역할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 지금 당장 맡은 일이 '기획자' 역할이든 'PM' 역할이든, 중요한 건 끊임없이 '왜?'를 묻고 '어떻게?'를 깊이 파고드는 자세라고 생각해. 너희가 어떤 길을 걷든, 이 고민들이 분명 너를 더 단단하고 멋진 전문가로 만들어 줄 거야. 주눅 들지 말고, 너의 길을 찾아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