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런 적 있었어. 기획서 한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A안이 좋을까, B안이 좋을까' 고민하며 마우스만 만지작거리던 밤들 말이야. 사소한 버튼 위치 하나 결정하는 것도 왜 그렇게 두렵고 무거웠는지 몰라. 하루 종일 회의를 하고 나면 머리가 하얘져서 정작 중요한 기획 방향은 하나도 정하지 못한 채 퇴근길에 오르곤 했거든.
완벽한 정답을 찾으려 했던 나의 주니어 시절
PM으로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나는 모든 결정에 '완벽한 정답'이 있다고 굳게 믿었어.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질문을 던질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렸지. 혹시 내가 잘못된 결정을 내려서 프로젝트 전체를 망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과 두려움 때문이었어.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데이터를 더 찾아보겠다며 시간을 끌수록 팀원들은 지쳐갔고, 일정은 밀리기 시작했어. 그때 깨달았지. 완벽한 결정을 내리려다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것이 팀에게 가장 고통을 주는 일이라는 걸 말이야.
'결정 피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가 시도한 것들
올해로 10년차 PM이 된 지금은 어떻게 결정하냐고? 나는 뇌의 에너지를 아끼고 '결정 피로(Decision Fatigue)'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만의 룰을 만들어서 실천하고 있어.
- 의사결정 시간 분리하기: 머리가 가장 맑은 오전에는 중요한 기획 방향이나 정책을 결정하고, 오후에는 단순 실행과 소통에 집중했어. 에너지가 고갈된 오후 2시 이후에는 중요한 결정을 의도적으로 미루는 거지.
- 선택지 제한하기: 대안을 무한정 늘리지 않고 최대 3개까지만 압축했어. 그리고 각 대안의 장단점을 한 줄로 정리해 직관적으로 비교했지.
- '완벽' 대신 '실패해도 괜찮은 크기'로 쪼개기: 한 번에 거대한 결정을 내리려 하지 않고, 빠르게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최소 단위(MVP)로 쪼개서 결정했어. 실패해도 바로 수정하면 되니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더라고.
지금 돌아보니 보이기 시작한 것들
돌아보면 우리가 겪는 결정 장애는 지식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서비스를 너무 잘 만들고 싶다는 애정 어린 욕심과 책임감 때문이더라고.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 100% 완벽한 정답은 존재하지 않아. 중요한 건 결정을 내린 뒤에, 그 결정을 '정답으로 만들어가는 실행력'이더라고. 실패하면 데이터를 얻는 거고, 성공하면 성과를 얻는 것뿐이야. 그러니 네 어깨 위의 짐을 조금은 내려놓아도 괜찮아.
💬 승현의 한마디 100% 완벽한 결정을 내리려고 애쓰지 마. PM의 진짜 실력은 빠르게 결정하고, 실패했을 때 기민하게 방향을 트는 유연함에서 나오거든. 오늘도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머리가 지치고 마음이 무거웠을 너를 진심으로 응원해. 너는 이미 충분히 깊게 고민하고 있고, 잘해내고 있어. 내일은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모니터를 마주하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