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처음 PM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을 때, 매일같이 정체성 혼란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곤 했어. '기획자'와 'PM'의 경계선이 대체 어디인지, 내가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아무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았거든. 매일 스토리보드 화면만 그리면서 스스로 '나는 진짜 PM이 맞나?' 하고 깊은 자괴감에 빠지기도 했지.

ux product planning

화면 설계서에 갇혀버린 "기획자" 시절

커리어 초반의 나는 서비스 기획자로서 화면 설계서를 완벽하게 그리는 데 온 신경을 쏟았어. 버튼 위치 하나, 얼럿 창 문구 하나에 목숨을 걸었지. 요구사항을 받아서 예쁘고 상세한 설계서로 만들어 개발팀에 넘겨주는 것이 내 역할의 전부라고 믿었거든. 그런데 어느 순간 내가 '화면 그리는 기계'처럼 느껴지더라고. 개발자분들이 "이 기능 왜 넣는 거예요?"라고 물었을 때, "현업에서 요청하셔서요"라는 대답밖에 할 수 없었던 내 모습이 너무 막막하고 답답했어. 그저 시키는 대로 화면만 설계하는 기획자에 머물러 있었던 거지.

"왜(Why)"를 묻기 시작하며 PM으로 거듭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기로 마음먹었어. 요구사항을 그대로 받아적기 전에, "이 기능으로 유저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거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지. 'How(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보다 'Why(왜 만들어야 하는가)'에 집중하기 시작한 거야. 유저 데이터를 뜯어보고, 비즈니스 임팩트를 계산해서 개발팀에 먼저 제안했어. "이 화면을 바꾸면 이탈률이 10% 줄어들 것 같습니다"라고 말이야. 내 제안으로 제품의 방향성이 바뀌고 팀원들이 설득되는 것을 보았을 때, 정말 심장이 쿵쾅거렸어. 비로소 내가 제품을 주도하는 PM이 되었다는 실감이 나더라고.

product planning workshop

10년차 시니어가 되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어느덧 PM으로 일한 지 10년차가 되고 나니, 이제야 두 역할의 차이가 선명하게 보여. 내가 깨달은 핵심은 결국 시선의 차이에 있더라고.

  • 기획자는 주어진 요구사항을 구체적인 화면과 기능으로 '구현'하는 데 집중해.
  • PM은 제품의 비전과 비즈니스 가치를 고민하고, 유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지. 결국 화면 설계서를 잘 쓰는 기술보다 중요한 건, "이 제품이 비즈니스와 유저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가?"를 끊임없이 증명해내는 눈이야. 타이틀이 기획자든 PM이든 상관없어. 네가 'Why'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면, 너는 이미 훌륭한 PM의 길을 걷고 있는 거란다.

💬 승현의 한마디 기획자가 '스펙을 정의하고 화면을 그리는 사람'이라면, PM은 '문제를 정의하고 비즈니스 가치를 증명하는 사람'이야. 타이틀에 갇히지 말고, "이 제품으로 유저의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해 봐. 지금 당장 눈앞의 기획서 작성 때문에 갈팡질팡하고 있더라도 너무 불안해할 필요 없어. 네가 고민하는 그 시간들이 쌓여 결국 단단한 PM의 뼈대가 될 테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가자, 내가 늘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