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런 적 있었어. 기획자로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막막하고 불안했던 감정들 말이야. 회의실에 앉아 있으면 온통 모르는 단어뿐이고, 내가 뭘 해야 할지, 어떤 기획이 좋은 기획인지 도통 감이 안 잡혔거든. 지금 7년차 시니어 기획자가 된 나도 여전히 배울 게 많지만, 그때의 나를 떠올리면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참 많아. 오늘은 내가 겪었던 몇 가지 삽질과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을 솔직하게 풀어볼게. 가장 먼저 나를 좌절시켰던 건, ‘완벽한 기획’에 대한 환상이었어. 초년차 때는 그랬거든. 기획안 하나를 만들 때,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예측하고,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있는 완벽한 문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혼자 밤새 고민하고, 온갖 레퍼런스를 찾아보면서 머리를 싸맸어. ‘이 기능은 이렇게 되면 어쩌지? 저 사용자는 이렇게 쓸 수도 있지 않을까?’ 하면서 말이야. 그렇게 공들여 만든 기획안을 들고 개발팀에 갔는데, 돌아오는 건 싸늘한 피드백이었어. "예진님, 이거 구현하려면 석 달은 걸리겠는데요?" 혹은 "이거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요." 같은 말들. 그때의 좌절감은 정말 컸어. 내가 밤새워 고민한 게 다 물거품이 된 것 같았지. 그때 깨달았어. 기획은 혼자만의 고민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는 걸. 완벽한 기획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기획은 살아있는 유기체 같아서, 끊임없이 수정되고 발전하는 과정이더라고. 그때부터 나는 ‘완벽’보다는 ‘현실 가능한 최선’을 찾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어. 처음부터 모든 걸 다 담으려 하기보다, 핵심 기능에 집중하고, 개발팀이나 디자인팀과 수시로 소통하면서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바뀌었지. 내 기획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받아들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 과정을 통해 오히려 더 단단해진 것 같아.
두 번째 삽질은 개발팀과의 소통 부재에서 왔어. 초기에는 기획 문서를 던져주고 나면, 개발팀은 알아서 내가 생각한 대로 만들어주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했었거든. 내가 기술적인 부분을 잘 모르니, 그냥 ‘이거 해주세요!’만 외쳤던 때도 많았지. 그러다 보니 개발팀에서는 기획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방향으로 개발을 진행하거나, 예상치 못한 기술적 문제에 부딪혀 일정이 꼬이는 일이 비일비재했어. 나중에 “이거 제가 생각했던 거랑 다른데요?” 하고 말하면, 개발팀에서는 “기획서에 이렇게 되어 있었는데요?” 하는 냉랭한 답변이 돌아오곤 했어. 그때마다 난감하고, ‘내가 뭘 잘못한 거지?’ 싶었지. 이 경험을 통해 나는 개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절감했어. 물론 내가 개발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 개발팀이 어떤 기술을 사용하고 있고, 어떤 제약사항이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지. 그래서 개발 용어도 찾아보고, 간단한 개발 서적도 읽어보고, 개발팀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했어. ‘이 기능은 왜 어려운가요?’, ‘이런 방식으로는 안 될까요?’ 하면서 말이야. 처음에는 귀찮아하던 동료들도 내가 진심으로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니, 나중에는 먼저 와서 기술적인 부분을 설명해주더라고. 그때 알았지, 개발팀은 내 기획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동료’라는 걸.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결국 효율적인 협업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거든. 세 번째는 뾰족하지 않은 기획으로 인한 서비스 실패였어. 사용자 니즈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그냥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능을 추가하거나, 혹은 트렌드만 좇아서 남들이 다 하는 기능을 무작정 따라 만들려 했던 적도 있었어. "요즘 다들 이런 기능 쓰잖아요?"라는 말로 기획을 포장했지만, 결국 사용자들이 잘 쓰지 않는 애물단지 기능이 되거나, 서비스의 핵심 가치를 흐리게 만들었지. 지표가 바닥을 칠 때마다 ‘내가 이 서비스를 망치고 있는 건가?’ 하는 자괴감에 시달리기도 했어. 이때부터는 문제 정의에 집착하기 시작했어. '우리가 진짜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가?', '이 기능이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지. 데이터 분석 툴을 붙잡고 사용자 행동 데이터를 파고들었고, 사용자 인터뷰를 통해 실제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어. 때로는 내가 생각했던 사용자 니즈가 실제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기획을 통째로 뒤엎어야 할 때도 있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 비로소 '뾰족한 기획'의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어. 결국 사용자의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는 기획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알게 된 거지. 7년차인 지금도 나는 완벽한 기획자가 아니야. 여전히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에 적응해야 하고, 예상치 못한 문제에 부딪히며 좌절하기도 해.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나를 더 단단하고 지혜로운 기획자로 만들어주었다고 생각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끊임없이 배우고, 동료들과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기획자로 살아남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라고 믿어. 기획자로서의 길은 쉽지 않지만, 그만큼 큰 보람과 성장을 안겨주는 매력적인 직업이야. 너희도 분명 잘 해낼 거야. 힘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