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연차가 얼마 안 되었을 때, 매일 밤 회사 옥상에서 한숨을 쉬며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시절이 있었어. 모든 요구사항은 나에게 몰리고, 일정은 촉박한데 권한은 없는 것 같아 가슴이 답답하고 무기력해지곤 했지. 온몸의 에너지가 다 빠져나간 것 같은 그 기분, 나도 정말 잘 알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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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는 '미니 CEO'라는 환상과 독배

신입 시절에는 기획자가 제품의 '미니 CEO'라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거든. 그래서 서비스에 문제가 생기면 다 내 탓 같았고, 개발 일정 지연도 내가 설득을 못 해서 생긴 일 같았어. 권한은 없는데 책임만 무한대로 느끼다 보니 매일 밤 악몽을 꿀 정도로 극심한 불안감에 시달렸지. 내 에너지를 120% 쏟아붓는데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었어. 결국 입사 3년 차쯤에 몸과 마음이 완전히 망가지는 번아웃이 찾아오더라고.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인정에서 시작된 변화

그때 깨달았어. 나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는 걸 말이야. 번아웃을 탈출하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내 업무의 한계선'을 긋는 것이었어. 개발 리소스나 일정 조율은 나 혼자 끙끙 앓는 게 아니라, 테크 리더와 솔직하게 공유하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영역이더라고. "제가 이 부분은 조율하기가 어려운데, 같이 고민해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용기 내어 말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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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에너지 방어벽'을 세우는 구체적인 방법들

7년 차 기획자가 된 지금도 여전히 번아웃의 그림자가 찾아오곤 해. 하지만 이제는 나만의 방어벽이 생겼지.

  • 우선순위의 냉정한 시각화: 모든 일이 다 중요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 오늘 당장 안 하면 서비스가 멈추는 일 1~2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내일로 미루는 연습을 했어.
  • '기획자 예진'과 '인간 예진'의 분리: 퇴근 후에는 슬랙 알림을 무조건 끄고 업무 생각을 의도적으로 차단했어. 내 가치가 서비스의 성공 여부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걸 계속 스스로에게 상기시켰지.
  • 거절하는 법 배우기: 무리한 요구사항이 들어올 때는 무조건 "해볼게요"가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A 기능을 포기해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라며 트레이드오프를 제시하는 법을 익혔어.

💬 예진의 한마디 서비스의 성공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서비스를 만드는 너의 마음의 건강이야. 네가 지치면 기획서의 글자 하나에도 날카로움이 묻어나고 결국 제품도 망가지게 되거든. 완벽해지려는 마음을 조금만 내려놓아도 훨씬 가벼워질 거야. 지금 겪고 있는 막막함과 지침은 네가 그만큼 이 일을 잘해내고 싶어서 열정을 쏟았다는 증거야. 그러니까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지 말고, 오늘 하루는 온전히 너 자신만을 위해 푹 쉬어주었으면 좋겠어. 언제나 네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있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