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정말 다 내려놓고 싶었던 적이 있었어. 끊임없는 회의, 쏟아지는 슬랙 메시지, 그리고 "이거 언제 배포돼요?"라는 질문들 사이에서 숨이 턱 막히더라고. 매일 밤 침대에 누워 '내가 오늘 제대로 한 일이 있나?' 자책하며 눈물 흘리던 밤들이 참 많았어.
모든 책임을 혼자 짊어지려 했던 날들
연차가 쌓여가던 4년 차쯤이었을까, 나는 내가 제품의 모든 것을 책임지는 구원자가 되어야 하는 줄 알았어. 기획서 작성부터 개발자들의 일정 조율, 마케팅 요청 대응까지 전부 내가 완벽하게 해내야만 '유능한 PM'인 줄 알았거든. 하루에 수십 번씩 컨텍스트 스위칭을 하면서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만, 아프다거나 힘들다는 티도 내지 못했어. 내가 약해 보이면 제품도 무너질 것 같았거든. 결국엔 메일함 알림음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지경에 이르렀지. 내 몸과 마음이 보내는 위험 신호를 완전히 무시했던 거야.
나만의 '오프 버튼'과 경계선 만들기
이대로는 정말 쓰러지겠다 싶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게 일과 삶의 '경계선 세우기'였어. 처음에는 퇴근 후에 슬랙 알림을 끄는 것조차 불안해서 미칠 것 같았어. 내가 답장을 안 하면 큰일이 날 것만 같았거든. 하지만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에 확인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더라고. 그래서 나는 나만의 생존 규칙을 몇 가지 정했어.
- 업무 마감 리추얼(Shutdown Ritual) 만들기: 퇴근 전에 오늘 한 일과 내일 할 일을 딱 정리하고 물리적으로 노트북을 닫아버리기.
- 방해 금지 시간 설정하기: 퇴근 이후와 주말에는 업무 메신저 알림을 완전히 꺼두기.
- 우선순위 기반으로 거절하기: 모든 요구사항을 다 받으려 하지 않고, 데이터와 리소스를 근거로 조율하기. 의식적으로 일과 나를 분리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내 마음에도 숨 쉴 틈이 생기기 시작했어.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심리적 안전감'을 찾다
올해로 10년 차 PM이 되고 보니, 그때의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PM은 모든 문제를 혼자 해결하는 영웅이 아니라, 팀원들이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돕는 조력자라는 사실이야. 요즘은 프로젝트가 끝나면 팀원들과 '압박 사후 분석(Pressure Post-Mortem)'을 하곤 해. 이번 프로젝트에서 어떤 점이 우리를 가장 지치게 했는지 솔직하게 나누는 거지. 서로의 힘듦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위로와 심리적 안전감을 얻을 수 있거든. 나를 지키는 것이 결국 제품과 팀을 지키는 길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
💬 승현의 한마디 PM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지치지 않는 무한 동력'이 아니라, '지쳤을 때 나를 돌볼 줄 아는 회복탄력성'이야. 네가 무너지면 제품도 결국 무너져. 그러니까 오늘 하루쯤은 네 자신을 가장 먼저 챙겨줬으면 좋겠어. 지금 번아웃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그건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너무 잘해내고 싶어서 온 힘을 다했기 때문이야. 잠시 속도를 줄여도 괜찮으니, 네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봐. 네가 건강해야 네가 만드는 제품도 건강해질 수 있다는 걸 잊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