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런 적 있었어. 정말 똑같았지. 처음 PM이 되었을 때, 온 세상의 모든 결정이 내 어깨 위에 놓인 것 같았거든. 작은 기능 하나를 추가할지 말지부터, 프로젝트 전체의 방향성까지, 뭐 하나 쉽게 결정할 수가 없어서 밤새 뒤척이곤 했어. '혹시 내 결정 때문에 서비스가 망하면 어쩌지?', '더 좋은 선택지가 있었는데 놓친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로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날들이 부지기수였지. 완벽한 결정을 내리고 싶다는 강박이 오히려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걸 그때는 몰랐어.
초보 PM, 완벽주의의 덫에 빠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어설펐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시절이었어. 갓 PM 명함을 달았을 때, 나는 마치 모든 정보를 완벽하게 분석해서 가장 최적의, 완벽한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사람인 줄 알았거든. 개발팀에서 A안과 B안을 가져오면, 나는 몇 날 며칠을 고민했어. 사용자 데이터, 경쟁사 분석, 내부 리소스, 마케팅 효과…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보느라 머리가 터질 것 같았지. 그러다 결국 마감 기한이 임박해서야 겨우 결정을 내리곤 했는데, 그마저도 확신보다는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심정일 때가 많았어. 그렇게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나면, 다음 결정이 또 나를 기다리고 있더라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결정의 연속에 정말 지쳐버렸던 기억이 생생해. 그러다 보니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는 오히려 회피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어. '아, 오늘은 그냥 아무것도 결정하고 싶지 않아' 하고 혼자 중얼거렸거든.
'충분히 좋은' 결정의 힘을 깨닫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어. 매번 이렇게 번아웃될 수는 없잖아. 그러다 우연히 한 선배 PM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분이 그러더라고. "승현아, 완벽한 결정은 없어. 중요한 건 '충분히 좋은' 결정을 제때 내리는 거야." 그 말이 나에게는 정말 큰 깨달음이었어. 그때부터 내 결정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지. 우선, 정보 수집에 '마감 기한'을 두기 시작했어. 예를 들어, '이 기능에 대한 결정은 오늘 오후 3시까지 내린다. 그때까지 얻은 정보로 판단한다' 이런 식으로 말이야. 그리고 정보의 양보다는 '핵심적인' 정보에 집중하는 연습을 했어. 모든 데이터를 다 파고들기보다는,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몇 가지 지표를 중심으로 봤지. 또 하나는 '작은 결정부터 빠르게 내리는 연습'이었어. 예를 들어, '이 버튼 색깔은 A로 할까 B로 할까?' 같은 사소한 것부터 빠르게 정하고 넘어가는 거야. 그러면서 '내가 결정해도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구나' 하는 작은 성공 경험을 쌓아나갔어. 이 경험들이 쌓이면서, 점차 큰 결정 앞에서도 덜 망설이게 되더라고.
10년차 PM, 데이터와 직관의 조화를 배우다
지금 10년차 PM이 되어서 돌아보면, 결국 결정은 '근육'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쓸수록 단련되고, 덜 지치게 되는 거지. 물론 여전히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신중해지지만, 과거처럼 마냥 헤매지는 않아. 나만의 결정 루틴이 생겼거든.
- 1단계: 문제 정의 및 목표 명확화: '이 결정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명확히 해. 목표가 명확하면 선택지가 훨씬 줄어들더라고.
- 2단계: 핵심 데이터 수집: 모든 데이터를 다 보지 않아. 의사결정에 필요한 최소한의, 가장 중요한 데이터만 집중적으로 봐.
- 3단계: 가설 설정 및 시나리오 분석: '만약 A를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 'B를 선택하면 어떤 위험이 있을까?' 가설을 세우고 몇 가지 주요 시나리오를 그려봐.
- 4단계: 팀원들과의 논의: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개발팀, 디자이너, 마케터 등 관련 팀원들과 의견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 다양한 관점을 들으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거든.
- 5단계: 결정 및 다음 스텝: 정해진 시간 안에 결정을 내리고, '이 결정이 틀렸다면 어떻게 수정할 것인가?'에 대한 다음 스텝까지 함께 고민해두면 훨씬 마음이 편해져. 물론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새로운 영역에 대한 결정일 때는 직관에 의존할 때도 많아. 하지만 그 직관도 지난 10년간 수많은 결정을 내리면서 쌓인 경험에서 나오는 거더라고. '이 방향으로 가면 성공할 것 같아'라는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과거의 유사한 상황이나 패턴을 무의식적으로 분석해서 내리는 판단에 가깝지.
💬 승현의 한마디 완벽한 결정은 환상이야. 중요한 건 '충분히 좋은' 결정을 제때 내리고, 그 결정에서 배우며 다음 스텝을 나아가는 용기야. 결정의 근육은 끊임없이 움직여야 단련될 수 있거든. 결정 장애로 힘들어하는 후배들을 보면, 그때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 마음이 아파. 하지만 괜찮아. 너도 나처럼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 조금씩, 작은 결정부터 빠르게 내리는 연습을 해보고, 혼자 끙끙 앓기보다는 주변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봐. 중요한 건 '결정하는 행위'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 거야. 모든 결정은 배움의 기회거든. 너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