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그런 적 있었어. 매일 아침 눈을 뜨는 게 두렵고, 슬랙 알림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거리던 시절. 기획서 한 줄 쓰는 게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고, 내가 만든 화면 정의서에 확신이 서지 않아 하루 종일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던 날들 말이야.
내가 모든 걸 책임져야 한다는 착각
연차가 쌓이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앞섰던 것 같아. 개발자와 디자이너 사이에서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키를 쥐고 있어야 하고, 발생한 모든 이슈는 내 책임인 것만 같았거든.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주말에도 슬랙을 확인하고, 퇴근 후에도 침대에 누워 서비스 개선안을 고민했어.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지. 머리가 굳어버린 것처럼 아무런 아이디어도 떠오르지 않았고, 동료들의 피드백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더라고. 내 열정이 스스로를 태워버리는 진짜 번아웃이 찾아온 순간이었어.
하루의 42%는 오롯이 나를 위해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나만의 '번아웃 처방전'을 쓰기 시작했어. 가장 먼저 실천한 건 업무와 일상의 경계를 명확히 긋는 일이었지.
- 노트북 덮기: 퇴근 시간 이후에는 절대 업무용 메신저를 보지 않았어. 처음엔 불안해서 손이 떨렸지만, 의도적으로 알림을 껐지.
- 15분의 쉼표: 회의와 회의 사이에 무조건 15분의 빈 시간을 확보했어. 그 시간만큼은 모니터를 보지 않고 눈을 감고 숨을 쉬었지.
- 진짜 휴식 취하기: 하루 24시간 중 잠과 휴식, 가벼운 산책 등 나를 회복시키는 데 최소 10시간(하루의 약 42%)을 쓰려고 노력했어. 기획자는 뇌를 쓰는 직업이잖아. 뇌가 쉴 시간을 주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방법론을 써도 기획서가 나오지 않는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거든.
혼자 앓지 않고 손을 내미는 법
7년차인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내가 가장 잘한 일은 내 상태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한 거야. 기획자는 늘 답을 내려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았지. 커뮤니티의 선배 기획자들을 만나 "저 지금 완전히 방전된 것 같아요"라고 털어놓았을 때, 다들 따뜻한 눈빛으로 공감해 주더라고. "예진아, 네가 기획한 서비스보다 네 마음이 더 중요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눈물이 핑 돌았어. 혼자서만 끙끙 앓던 고민을 밖으로 꺼내는 순간, 마법처럼 마음의 짐이 가벼워졌지.
💬 예진의 한마디 기획자의 에너지는 무한하지 않아.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너라는 가장 중요한 서비스부터 먼저 돌봐야 해. 멈추는 것은 후퇴가 아니라, 더 멀리 가기 위한 의도적인 '스펙 아웃'이야. 지금 마음이 지치고 무기력하다면, 잠시 기획서 템플릿을 닫고 밖으로 나가 따뜻한 햇볕을 쬐어봐. 네가 건강해야 네가 만드는 서비스도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어. 언제나 네 곁에서 든든하게 응원하고 있을게. 너는 이미 충분히 잘해내고 있으니까.